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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극복한 천재수학자의 이야기, 아니 천재수학자.. 2015-06-09

 

며칠 전 뉴스에서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실제 주인공 존 내쉬(John Nash, 1928-2015)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천재 수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조현병(調絃病)을 극복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MIT의 교수가 되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그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벨상’ 수상을 위해 아내와 함께 노르웨이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고 떠난 것입니다. 그의 삶이 그랬던 만큼이나 영화 같은 죽음을 맞게 되어 사람들을 비통하게 만들었는데요, 오늘은 그의 삶을 실제로 다루었던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 존 내쉬와 그가 앓았던 조현병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인 존 내쉬(러셀 크로우 역). 그는 전 세계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다는 프린스턴 대학의 대학원에 시험도 보지 않고 장학생으로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수학적 두뇌를 가진 천재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에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했던지라 항상 무뚝뚝하고 심지어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 하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들렀다가 금발의 미녀를 둘러싸고 벌이는 친구들의 경쟁을 지켜보던 중 '불균형게임이론'의 단서를 찾게 되었고 이를 정리하여 논문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 이론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한다고 국부론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서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각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떤 시점에서 균형이 형성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쉬 균형'은 경제학은 물론 사회과학과 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 가운데 하나로 균형이론 및 그 근간이 되는 게임이론에 대해서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이론으로 그는 20살의 어린 나이에 일약 수학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교수로 부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학자로서 승승장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수업을 듣던 여학생 알리시아(제니퍼 코넬리 역)와 결혼까지 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존 내쉬. 하지만 냉전 시대를 살아가고 있던 천재 수학자를 국가가 가만 둘리가 없었고 그는 미 중앙정보부(CIA)의 요청으로 소련의 암호해독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투입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지만 점차 그는 과도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고 어느 날부터인가 소련의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점차로 커져가는 불안과 두려움을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조금씩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던 그는 결국 극도로 심한 정신병 상태가 되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는 조현병의 주요 증상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그에게 국가기밀이라며 소련의 암호해독을 하라 이야기했던 CIA의 비밀요원 파처(에드 해리스 역)도, 그가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찰스(폴 베타니 역)도 모두 환영(幻影)이었습니다. 그가 보고 있던 사람을 다른 사람은 보지 못했고(환시) 그가 들었던 소리 역시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으로(환청) 내쉬가 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남들에게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소련의 스파이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집에 틀어박힌 채 암호해독 작업에 몰두하였고 뒷마당 창고에 암호해독을 위한 자신만의 작업실을 차려 놓았습니다. 나중에 발견된 그의 작업실에는 그가 암호해독의 단서가 된다면서 오려낸 신문과 잡지, 자신이 그린 괴이한 문양들이 벽에 한 가득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가 처음 병을 앓기 시작했던 때는 아직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되기 전이었던 지라 존 내쉬는 ‘인슐린혼수요법(Insulin coma therapy)’, ‘전기경련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과 같은 생소한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슐린혼수요법이란 인슐린을 서서히 정맥주사하여 저혈당 상태를 만들어 저혈당 쇼크(Hypoglycemic shock)를 유발하는 것이며 전기경련요법이란 뇌에 전기적인 자극을 주어 경련을 일으키는 방법이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조현병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고 치료법 역시 개발되지 못했던 시기에 어쨌거나 뇌에서 생긴 문제이니 뇌에 충격을 주어보자는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지금 생각하면 고장 난 텔레비전을 때려서 고쳐보겠다는 것 만큼이나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유행했던 의학적 치료의 일면이었습니다.

1952년은 존 내쉬에게 잊을 수 없는 해였을 겁니다. 그 해에 최초의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르프로마진(Chlorpormazine)이 개발되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치과에서 수면제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던 이 약은 친구 사이였던 프랑스의 치과의사와 정신과의사가 함께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정신병 증상의 호전과 수면유도, 기분의 안정 등 획기적인 성과를 보게 되어 정신과 분야의 약으로 승인되었습니다. 이 약이 미국에 소개된 1953년 이후, 존 내쉬(와 또 다른 정신질환자들)는 드디어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약의 효과는 기대만큼 충분하지 못했고 부작용 역시 그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그는 아내 몰래 약을 끊었다가 병이 재발해서 다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되풀이 해야 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더욱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은 항정신병 약물들과 다양한 재활치료법과 심리상담기법이 개발되면서 조현병의 치료는 훨씬 더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약을 복용하면서 약의 부작용, 재발에 대한 두려움, 무엇보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싸워가고 있습니다.

 

회복, 재발, 입원, 회복, 또 재발을 수 차례 반복하면서도 존 내쉬를 붙잡아 주었던 것은 그의 사랑하는 아내 알리시아였습니다. 다 포기해 버리고 싶은, 아니 포기를 했더라도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고통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그녀는 남편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존 내쉬는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의 힘으로 조금씩 병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비록 마지막까지 그의 조현병 증상은 완전히 깨끗하게 나아지지는 못했지만, 그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되찾았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가며 연구에 몰두, 결국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1999년에는 미국 수학회로부터 리로이 스틸상(Leroy Steele Prize)을, 올해에는 아벨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화처럼 살다가 영화처럼 떠난 존 내쉬. 괴짜이면서 천재였고 정신병 환자이면서 정상인보다 더 위대한 학문적 업적을 남긴 그의 삶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정신병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장애물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뿐 아니라 인류에게 위대한 사상적 유산을 남겨주게 된 것은 자신의 천재성이나 삶에 대한 애착만이 아니라 바로 아내의 사랑이었다는 것이 더욱 감동적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노벨상 시상식에서 존 내쉬가 읽었던 수상소감문을 소개하면서 저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항상 숫자를 믿었죠. 공식과 논리와 그리고 증명하는 일들...
하지만 평생을 몸 바친 결과, 정말 논리가 무엇인지, 누가 증명하는 것인지 제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저의 여행은 저로 하여금 육체적인 것과 환상적인 경험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학업에서 정말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요...

모든 논리와 증명은 사랑이라는 신비스러운 공식에 있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고, 모든 이유는 당신입니다.

 
[부록]
존 내쉬가 걸렸던 조현병(調絃病)은 어떤 병일까요? 과거에는 이 병을 정신분열병(精神分裂病)이라고 불렀습니다.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이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다중인격자(多衆人格者)나 광기(狂氣) 어린 미치광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2011년에 조현병으로 개명하였지만 새로운 이름에 대해서도 정확한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 해에 이 병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의 숫자가 10만 명 이상이나 되고 100명 중 한 명이 걸리는 병인데도 이 병에 대해서는 '이상하다', '무섭다', '미쳤다'는 등 막연한 두려움 외에는 잘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만큼 터부시 하고 있습니다. 아래 몇 가지 사실을 참고하세요.

1. 정신의학에서 우울증, 조울병과 함께 3대 주요정신질환 중 하나로 꼽힘
2.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지만 이런 증상이 없는 환자도 많으며 우울해 보이는 사람, 치매환자처럼 보이는 사람, 지적장애인처럼 보이는 사람 등 그 모습이 너무나 다양함
3. 인류 역사만큼이나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정리된 것은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음
4. 전 세계 어디에서나 1%의 평생유병률. 즉, 100명 중 한 명은 살다가 이 병에 걸릴 수 있음
5. 1950년대 처음으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계속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어 현재는 완치율이 30%에 이름
6. 사회적 편견이 너무 심해 환자와 가족들이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표현하기 어려움
 
 
 
* 이미지는 “구글이미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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